원화가 이야기 - 미즈타니 토오루
2012/05/30 07:45
순정풍의 미형 캐릭터를 잘 그리는 원화가 미즈타니 토오루(水谷とおる)는
전연령 게임 작업을 할 때 카이 토모히사(甲斐智久)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둘 다 펜네임이고 본명은 오오카와 마코토(大川誠). 센티멘탈 그래피티(이하 센티그라)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기 때문에
그림체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한 가지 먼저 말씀드리면 주인장은 이 원화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화풍을 기준으로 호불호를 가리는 주인장이 이정도 그림 실력을 가진 원화가를 싫어한다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 센티그라 사건 이후 미즈타니 토오루가 한 발언이나 이후의 작업 스타일을 보면 정말 정이 안가요.
그림체보다는 원화가의 작업관에 대한 거부감이랄까요?
센티그라 1편 발매 때 미즈타니 토오루와 카이 토모히사가 동일인물이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카이 토모히사라는 원화가는 신인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발매 전 공개된 미려한 캐릭터 일러스트에 매료된 팬들이
96년 히트작 동창회의 원화가와 그림체가 비슷해 동일인물인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었죠.
제작사인 NEC Interchannel과 원화가 본인은 이에 대해 아무런 코맨트도 하지 않았지만
센티그라 발매 후 원화가가 직접 동일인물이라고 밝혀 의혹은 사라졌습니다.
여기까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후 미즈타니 토오루는
센티그라 원화 사건(일러스트와 실제 게임 그래픽이 너무 달라 팬들의 원성을 산 일)에 대해
방대한 게임 분량에 비해 본인의 작업 속도가 너무 느려 캐릭터 디자인과 광고 일러스트 작업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고 변명했습니다.
하시모토 타카시를 비롯해 그림 한 장 그리는데 하세월인 원화가가 쎄고 쎘으니 그렇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미즈타니 토오루는 후에 '게임 원화 작업은 너무 돈이 안된다.'라는 말까지 덧붙여 물의를 빚었습니다.
즉, 돈되는 일러스트일은 하고 돈 안되는 원화쪽은 가능한 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풍긴 셈이지죠. (그것도 여러번)
자선 사업하는 것도 아니니 대우가 맘에 안들면 원화일 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 일러스트로 잔뜩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안좋은 소리 들었을 때 돈문제를 걸고 넘어지면
원화 믿고 산 사람들은 어떻해야 하나요?
원인 제공이야 대우가 나빴던 제작사가 했다곤 하지만 원화가로서 제작사 책임이 전부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님 돈문제를 거론하지 말던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미즈타니 토오루는 96년 데뷰 이후 12년 동안 게임 원화 작업은 5번이 전부,
나머지는 소설 삽화나 일러스트집 발매에 주력했습니다.
F&C와는 모종의 관계가 있었는지 이쪽 원화 작업은 꾸준히 했는데 나머지 게임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광고 일러스트 부분만 담당했습니다.
뭘 그리던 원화가 마음이지만 위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미즈타니 토오루 그림을 볼 때마다 '돈이 안되서...'가 자꾸 생각나 좋아보이진 않더군요.
판타지스타와 파이널판타지 관련 동인지는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원화가 소개니 화풍에 대한 얘기가 빠지면 안되겠죠?
이 원화가의 특징은 단연 미형 캐릭터. 미즈타니 토오루가 그린 캐릭터들을 보면 로리와 누님, 그 어느쪽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른 원화가에 비해 이목구비에 대한 과장도 심하지 않지요.
(보통의 일본식 미소녀는 눈은 가능한 크게, 코와 입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 귀여움을 강조합니다.)
특정 부위를 과장해 얻을 수 있는 시각적 효과를 배제한 셈인데 이를 전체적인 균형으로 커버합니다.
이 사람 일러스트를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가 길어 보이거나 짧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과장이 없으니 당연히 자연스럽고 여기에 손발을 비롯해 각각의 관절 부위도 세밀하게 묘사해
러프 스케치를 봐도 캐릭터가 꽉 찬 느낌입니다. (작업 속도가 느리다는게 핑계만은 아닌 듯)
쭉쭉 늘어지고 눈 큰 미소녀들에 질렸으면 한 번 체크해 보세요.
이제 미즈타니 토오루가 원화를 맡았던 게임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경력에 비해 담당한 게임이 많지 않아 카이 토모히사라는 이름으로 제작에 참여한 게임들도 포함시켰습니다.
(캐릭터 원안만 담당한 휴대폰용 게임들은 제외)
에로게가 일부 포함되어 있어 가렸으니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클릭하지 마세요.
[ more.. | less.. ]
同窓会 ~Yesterday once More~ - F&C, 1996년 9월 12일 발매
F&C 산하 페어리테일에서 발매한 연애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원화가의 데뷰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99년 4월 29일에 새턴판이 발매되었고 2004년 9월 30일에는 PS2로 이식되었습니다.
콘솔 이식은 NEC Interchannel이 담당했고 새턴판부터는 게임 이름이 フレンズ ~青春の輝き~로 변경되었습니다.
PS2까지 이식될 줄은 몰랐는데 기기의 기능을 10%나 활용했는지 모르겠네요.
386에서도 충분히 돌아갈 게임이라. 원작이 18금인데도 새턴판은 전연령으로 발매되는 바람에 에로씬이 모두 삭제되었지만
PS2판의 경우 연령 제한 등급을 받아 일부 이벤트를 살렸고 신캐릭터를 2명이나 추가해 오히려 새턴판보다 나은 모습을 주었습니다.
사회나 대학으로 나간 고교 동창들이 오랬만에 경치 좋은 산장에서 만나 3일간의 짧은 기간동안
서로의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감정을 풀어나가는 잔잔한 연애물로 미즈타니 토오루의 미형 캐릭터,
다양한 이벤트와 잔잔한 BGM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손가락안에 꼽는 수작 연애물.
センチメンタルグラフティ - NEC Interchannel, 1998년 1월 22일 발매
새턴을 대표하는 연애 어드벤쳐 게임이지만 캐릭터 디자인과 원화가 너무 달라 유저들을 물먹었고
잦은 발매 연기에, 나오지도 않은 게임의 관련 상품을 마구 찍어내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아까운 작품입니다.
특이하게 팬 디스크인 First Window가 1997년 4월에 먼저 나왔고, 본편 발매 후 1998년 10월 20일에 PC로 이식되었습니다.
게임 그래픽에선 욕을 많이 먹었지만 주인공과 히로인들의 짧은 추억을 활용한 스토리 진행과 이동 거리 개념 도입,
시뮬레이션 게임 분위기가 나는 호감도 시스템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작사가 과욕만 안부렸으면 명작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センチメンタルグラフティ2 - NEC Interchannel, 2000년 7월 28일 발매
2000년 7월 28일에 DC용으로 발매된 속편으로 2001년엔 Windows 이식판이 나왔습니다.
카이 토모히사는 여기서도 캐릭터 디자인과 이미지 일러스트만 담당했습니다.
전작의 거품이 빠져 판매량도 형편 없었지만 전작의 주인공이 교통 사고로 죽는 프롤로그 덕분에 그나마 남은 팬들도 다 떠나갔습니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교체되는 바람에 전작과의 연관성을 끊기 위해 의도된 연출인지 몰라도
전작의 히로인 12명이 모두 남아있는 상태라 전체적인 게임 분위기만 망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거기에 전작의 장점 중 하나였던 거리 개념을 도입한 원거리 연애와 알바 시스템을 모두 없애고
히로인들과의 연애 스토리에 치중하는 바람에 단순 연애 ADV가 되 버렸죠.
그나마 나아진 점이라면 게임 배경이 도쿄로 집중되어 각 히로인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 정도?
同窓会again - F&C, 2001년 1월 26일 발매
원화가의 데뷰작 동창회의 속편입니다.
전작의 히로인 6명 중 아무하고도 맺어지지 않았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게임은 스토리만 놓고 보면 전작의 후일담이지만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히로인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깔끔하게 풀어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층 성숙해진 캐릭터 디자인도 기억에 남았던 게임. (
설정상으론 전작과 1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원화가 그림체가 많이 달라져 다른 캐릭터들 같습니다.)
同窓会refrain - F&C, 2001년 8월 24일 발매
3편이긴 한데 설정상 同窓会again과 같은 시간대라 정식 속편이라기 보다는 신캐릭터가 등장하는 외전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전작에 사용된 CG를 많이 재활용했고 추가된 히로인들 존재감이 떨어져 확장팩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요. (주인장도 동감)
again과 refrain 두 작품은 2002년 6월 27일 DC로 이식되었습니다.
センチメンタルプレリュード - NEC Interchannel, 2004년 10월 28일 발매
센티그라 시리즈는 NEC Interchannel의 미소녀 게임 이식 전문 프로듀서 타베타 토시오와
애니메이션과 게임 기획 전문 회사 마커스 소속의 쿠보타 마사요시가 공동으로 기획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스토리는 타베타 토시오가 아끼는 시나리오 라이터 오오쿠라 라이타가 담당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실패 책임에 대한 내분이 있었는지
2편 제작은 쿠보타 마사요시의 주도로 진행됩니다.
당연히 타베타 토시오 라인인 오오쿠라 라이타는 제작에서 제외되었겠지요.
이에 마음이 많이 상했는지 오오쿠라 라이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런 사실을 감정을 실어 공개해 버렸고
팬들은 속편 제작이 개발 스텝간의 파워 게임으로 얼룩진 것에 격분했습니다.
물론 2편은 게임성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런 외적인 요인 역시 안좋은 평가를 받는데 일조했지요.
이런 우여곡절 끝에 4년만에 등장한 3편은 1편 제작 스텝들이 대부분 복귀했고,
유명 성우들도 대거 기용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욕을 먹었던 2편의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한 것과 1편 못지않은 이미지 일러스트와 원화 사이의 이질감 때문에
2편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 기대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구나 쓸데없이 긴 제작 기간 덕분에 예정되어 있던 DC판과 Windows판까지 취소되어 기존 팬들에게도 좋은 소리를 못들었지요.
이것으로 센티그라 시리즈는 끝났지만 80년대 청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스토리 라인은 꽤 좋았습니다.
L’Heure Bleue ~ルール・ブルー~ - F&C HARDCOVER, 2005년 1월 28일 발매
장르는 각기 다른 시나리오가 서로 간섭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재핑 노블입니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줄기를 구성해 나가기 때문에 미스테리물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인데
이 게임은 전 루트를 클리어하는데 반나절도 안 걸리고, 10분만 돌려봐도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어
재핑의 재미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재밌냐... 하품만 나옵니다. orz
발매전 샘플 이미지 보고 오오옷 했는데 원화랑 성우 연기 빼곤 남는게 없더군요.
그나마 세일즈 포인트인 원화도 겨우 40여장.
장수라도 많았으면 감상하는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타이틀이었습니다.
내용 출처: http://elog.pe.kr/textcub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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